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아이스맨'이 내던진 라켓…정현, 쿠쿠슈킨에 0-3 완패 탈락

정현(세계랭킹23위.한국체대)이 US오픈 테니스(총상금 5300만달러)에서 2회전 탈락의 쓴잔을 들이켰다. 정현은 30일 뉴욕서 벌어진 대회 남자단식 2회전에서 자신의 복식 파트너 출신인 미카일 쿠쿠슈킨(84위.카자흐스탄)에 0-3(6-7 2-6 3-6)으로 완패했다. 2015.2017년의 2회전 진입을 능가하는 US오픈 개인 최고 성적을 겨냥했던 정현은 랭킹에서 한참 뒤진 쿠쿠슈킨에게 일격을 맞았다. 올해초 호주오픈서 한인으로 첫 준결승에 올랐던 정현은 프랑스오픈.윔블던은 부상 때문에 불참했으며 마지막 메이저 이벤트인 US오픈에서도 부상 때문에 기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1세트에서 정현과 쿠쿠슈킨 모두 약속이나 한듯 서비스 난조가 이어지며 브레이크가 난무했다. 둘다 상대 서비스 브레이크에 4차례 성공하며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했다. 정현은 5-3으로 앞서가며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섰지만 스매싱 실수로 1세트를 5-7로 내주었다. 2세트부터는 발바닥 문제가 발생했다. 호주오픈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의 준결승전에서 발목을 잡았던 오른쪽 발바닥에 다시 물집이 터진 것. 게임 스코어 1-2로 끌려가던 가운데 정현은 경기를 멈추고 치료를 받았지만 곧장 자신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당했다. 경기가 안풀리고 몸상태도 나빠지며 1-4로 끌려간 정현은 라켓을 내던지기도 했다. 냉정한 매너로 언론으로부터 '아이스맨'이란 별명을 얻은 정현의 돌출행동인 셈이다. 2세트도 2-6으로 내준 정현은 3세트에서 발바닥 통증으로 스트로크가 흔들리고 풋워크의 반경이 줄어든데다 치명적인 더블 폴트까지 저지르며 결국 완봉패하고 말았다. 봉화식 기자 bong.hwashik@koreadaily.com bong.hwashik@koreadaily.com

2018-08-30

"정현 덕분에 테니스 인기 높아져"

지난달 미주대한테니스협회(회장 김인곤)가 주최한 제1회 서울아리수배 미주 테니스대회에는 낯익은 테니스 인사가 참관했다.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장이다. 한국 테니스의 산증인 주원홍 전 회장을 만났다. 주 전 회장은 잘 알려져 있듯이 이형택과 정현을 찾아낸 인물로도 유명하다. 한국 최초 프로테니스단인 '삼성증권테니스단'의 창단을 주도했고 이형택, 윤용일, 박성희,전미라 등을 키워냈다. 또한 정현이 삼성증권의 후원을 받고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정현 선수를 처음 만난 것은 그가 중3때였습니다. 관상을 보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 나이에도 담대한 눈빛이 인상적이었지요." 테니스의 원로감독을 만나면 대개의 경우, 주눅이 들만도 한데 주 전 회장이 기억하는 중3짜리 테니스 선수 정현은 눈빛이 살아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현 선수가 지금이야 메이저 테니스 대회에서 뜨는 선수가 됐지만 주 전 회장이 만났을 때는 미국 유학을 중단하고 돌아와 선수생활 자체가 크게 어려웠던 시절이었고 누군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었다는 것. 주 전 회장은 '정현의 눈빛' 하나로 그가 오랜 시간 감독으로 있던 삼성 측에 그의 후원을 요청했고 세계적인 선수를 키우기 위한 삼성의 노력이 시작된 계기가 됐다. 또한 정현 선수 이전에 한국 테니스계를 이끌었던 이형택 감독도 그의 수제자다. 이형택 감독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가장 잘하는 선수였다"며 그는 세계무대에 도전하겠다는 패기가 눈에 띄었고 기대만큼 잘했다고 칭찬했다. 또 수년간 엘리트 테니스와 국민생활체육 테니스의 통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아직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궁극적으로 테니스의 저변확대에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은 더 노력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주 전 회장은 "한국에서는 정현 선수의 메이저 호성적 덕분에 테니스 바람이 불고 있다"며 "세계 무대의 높은 벽을 깨려는 시도와 정현의 성과는 테니스인 모두에게 큰 감명을 줬다. 또 청소년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됐던 것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 특히 대입을 앞두고 청소년들이 공부만큼 테니스도 중요하다"며 "비록 대입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프로선수가 안되더라도 지구력과 판단력, 인내심 등 나중에 대학에서 공부할 때도 청소년 시절 테니스를 열심히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장병희 기자 chang.byunghee@koreadaily.com

2018-05-03

정현, 발바닥 부상으로 기권패…1만5000여 명 관중들 기립박수

물집 터져 보기에도 안쓰러운 그의 발바닥. 위대한 도전은 잠시 멈춰 섰지만 세계 테니스계를 강타한 정현(22.한국체대.세계 58위)의 진정한 돌풍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현이 26일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센터 코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준결승전에서 로저 페더러(37.스위스·2위)에 기권패했다. 2세트 도중 심해진 발바닥 부상 탓이었다. 1세트를 1-6으로 내준 정현은 2세트 게임스코어 2-5로 뒤진 상황에서 경기를 포기했다. 정현은 2세트 1-4에서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렀다. 정현은 테니스화 끈을 풀고 양말을 벗었다. 테이핑한 왼발 발바닥이 드러났다. 굳은살 위로 물집이 반복해 잡히던 자리는 여러 번 벗겨내 붉었다. 정현은 테이핑을 다시 하고 코트로 돌아갔다. 전열을 가다듬은 정현은 자신의 서브게임을 따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하지만 페더러의 각도 깊고 강한 서브는 속수무책이었다. 왼발마저 불편했던 정현은 내리 네 포인트를 뺏겼고, 게임스코어는 2-5로 벌어졌다. 결국 2세트 8번째 게임 30-30에서 정현은 주심에게 다가가 기권 의사를 밝혔다. 라켓 가방을 메고 떠나는 정현에게 1만5000여 관중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로써 정현의 메이저 최고 성적은 4강이 됐다. 물론 한국 테니스 사상 최고 기록이다. 정현은 경기 후 "안 좋은 몸 상태로 계속 뛰어 팬들에게 제대로 된 경기를 보여주지 못하는 게 더 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기권했다. 너무 아팠고 걸을 수조차 없었다. 준결승에 올라 행복했고 특히 페더러를 만나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정현의 발바닥 상태가 악화된 건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14위)와 만난 22일 16강전이었다. 조코비치가 전후좌우 구석구석 공을 꽂아 넣었고, 정현은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녔다. 경기 시간 3시간21분. 손승리 코치는 "물집이 터져 굳은살이 박인 곳에 또 물집이 생기면서 피멍까지 들었다. 의사에게 치료를 받고 진통제까지 맞았지만 사실 뛰기 힘든 상태였다"고 전했다. 평소 아프다는 소리도 안 하던 정현마저 의사에게 통증을 호소했다. 준결승전 당일 몸을 푸는 훈련을 평소보다 30분 더 긴 한 시간이나 했다. 발에 잘 맞는 패드를 찾기 위해 여러 개를 테스트하느라 시간이 길어졌다.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장은 "정현이 그간 뛰었던 투어대회는 3세트 중 2세트를 따면 되는 대회였다. 5세트 중 3세트를 따야 이기는 메이저 대회를 6경기나 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들어 했다"고 전했다. 페더러는 "기권승으로 결승에 올라 아쉽다. 정현의 몸 상태가 안 좋다는 걸 2세트 시작부터 느꼈다. 나도 부상을 안고 뛰어봐서 그 아픔을 잘 안다. 그래서 정현의 결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의 돌풍은 이제 시작이다. 올해만 프랑스오픈(5월), 윔블던(7월), US오픈(8월) 등 세 번의 메이저 대회가 남아 있다. 긴 스트로크 랠리에 강점이 있는 정현은 지난해 앙투카(진흙) 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에서 32강에 올랐다. 잔디 코트인 윔블던에선 2013년 주니어 부문에서 준우승했다. 호주오픈처럼 하드코트 대회인 US오픈도 기대할 만하다. 만 22세인 정현은 어디까지 성장할지 가늠할 수 없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복식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았다. 이번 대회의 활약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 스폰서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현재 삼성증권.라코스테(의류).요넥스(라켓).라도(시계)가 정현을 후원한다. 아시아 1위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아시아 선수 중 현재 최고 랭커는 니시코리 게이(29.일본.24위)다. 니시코리는 2015년 4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30대를 앞두고 하락세다. 최근에는 손목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다. 1m88㎝.87㎏인 정현은 체격도 서양 선수에게 밀리지 않는다. 게다가 20대 초반에 조코비치.페더러 등 톱 랭커를 경험했다. 페더러는 "정현이 호주오픈에서 보여줬던 실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톱10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소영 기자

2018-01-26

그대가 있어 살맛 납니다…정현 '호주오픈 4강' 영웅 탄생

정현은 23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단식 8강전에서 미국의 테니스 샌드그렌(27.97위)을 세트스코어 3-0(6-4, 7-6, 6-3)으로 꺾고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준결승에 올랐다. 호주오픈은 세계 220여 개 나라의 9억 명이 시청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테니스 대회다. 올해 총 상금은 5500만 호주달러(약 463억원). <관계기사 A-4면> 정현은 준결승에 진출하면서 상금 88만 호주달러(약 7억5000만원)와 랭킹포인트 720점을 확보했다. 4강에서 물러나도 이형택(42.은퇴)이 2007년 기록한 한국 선수 최고 랭킹(36위)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결승에 진출한다면 아시아 선수 톱랭커도 될 수 있다. 현재 아시아에서 랭킹이 가장 높은 선수는 24위에 올라 있는 일본의 니시코리 게이(29)다. 정현은 이날 승리로 아시아 선수로는 86년 만에 호주오픈 남자단식 준결승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2014년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 데뷔한 정현은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뒤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고 랭킹은 지난해 9월 기록한 44위. 정현이 준결승에 진출한 건 호주오픈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정현이 이번 대회에서 자신보다 랭킹이 낮은 선수를 만난 것도 이날 샌드그렌이 처음이었다. 손승리 코치는 "(정현이) 톱랭커와의 대결을 앞두고는 긴장돼 밥을 잘 못 먹을 때도 있는데 이날 샌드그렌과의 8강전을 앞두고는 잠도 푹 잘 잤다. 아침은 물론 점심식사도 잘했다"고 전했다. 정현은 1세트부터 장기인 날카로운 백핸드 샷으로 샌드그렌을 압박했다. 30차례가 넘는 스트로크 랠리에도 차분하게 코트 구석구석을 공략하면서 샌드그렌의 범실을 유도했다. 정현은 특히 샌드그렌의 움직임을 미리 읽은 뒤 허를 찌르는 영리한 플레이를 펼쳤다. 지난 22일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14위)와의 16강전에서 1, 3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따냈던 정현은 이날도 2세트에서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했다. 지능적 플레이와 승부에 대한 집중력, 상대를 압도하는 뛰어난 체력 등으로 일궈낸 값진 승리였다. 샌드그렌은 "경기 내내 어려운 퍼즐을 푸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정현은 "4강전에선 누굴 만나도 상관없다. 갈 데까지 가보겠다"고 말했다. 정현은 26일 오전 3시30분(뉴욕시간)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7.스위스.2위)와 준결승전을 치른다. 이 경기는 ESPN에서 생중계한다. 박소영 기자

2018-01-24

"승리 세리머니 생각하다 듀스 허용" 유쾌한 정현씨

"두 아들 중 한 명은 공부를 시키고 싶었어요. 그런데 여섯 살 때인가 (정)현이가 계속 눈을 찡그려서 안과에 갔죠. 심각하게 눈이 안 좋다고, 시력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했어요. 실명까지 하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의사 선생님이 책은 보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대신 눈이 편안함을 느끼는 초록색을 자주 보여주라고 했어요. 순간 테니스가 떠올랐어요. 초록색 코트, 연두색 공. '이 아이는 테니스를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구나'라고 생각했죠." 근시 때문에 시작, 테니스는 내 운명 한국 테니스 사상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에 오른 정현(22.한국체대)의 어머니 김영미(49)씨 얘기다. 정현은 테니스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아버지 정석진(52) 감독은 삼일공고에서 테니스를 가르쳤고, 형 정홍(25.현대해상)도 실업 테니스 선수다. 테니스 DNA를 지닌 정현은 빠르게 기본기를 익혔다. 12세 때 세계적 권위의 국제 주니어 대회인 오렌지볼과 에디 허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하면서 12세 이하 세계 1위에 올랐다.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 앤드리 애거시(미국) 등 세계적 스타를 키운 볼레티어리 IMG 테니스 아카데미에서 배울 기회도 얻었다. 그는 형과 함께 미국으로 테니스 유학을 떠났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주니어 선수들이 다 모여 있다 보니 꼼꼼한 지도를 받지 못했다.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장은 "정현은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였다. 그런데 미국에 다녀온 다음 폼이 망가져 힘을 제대로 못 썼다"고 했다. 정현은 2012년 이형택이 몸담았던 삼성증권 테니스팀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정현, 톱10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김일순 감독과 윤용일 코치에게 지도를 받으며 정현은 예전 실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성과가 이어졌다.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대회에서 준우승했다. 한국 선수가 윔블던 주니어 대회에서 준우승한 건 1994년 여자부 전미라 이후 19년 만이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남자복식 금메달을 땄다. 2015년 챌린저 대회에서 4회 우승하면서 173위이던 세계랭킹을 50위권까지 끌어올렸다. 아시아 선수는 체구가 작아 파워가 떨어진다. 그래서 지구전 승부를 펼친다. 하지만 정현은 서양 선수에게 밀리지 않고 파워 스트로크로 상대를 제압한다. 2년 전 슬럼프, 투어 중단하며 폼 수술 정현은 '테니스 지능'이 높다. 테니스 관련 지식이라면 뭐든지 습득하려고 노력한다. 어렸을 때 경기에서 안 풀렸던 부분을 일기에 쓰면서 복기하고 또 복기했다. 우상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경기 영상도 수시로 돌려 봤다. 코치들이 우스갯소리로 "(정)현이가 질문을 너무 많이 해서 힘들다"고 할 정도였다. 고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면 온종일 같은 동작을 수백 번 하는 지독한 연습벌레다. 2016년, 세계랭킹 100위 이내 선수들이 뛰는 투어 대회에 본격적으로 나가면서 좌절을 맛봤다. 서브와 포핸드 샷에서 약점을 보이면서 그해 51위(1월)까지 올랐던 랭킹이 100위 밖(6월)으로 밀려났다. 프랑스오픈에서는 세계 154위였던 캉탱 알리스(21.프랑스)에게 0-3으로 완패했다. 한국 테니스의 '희망'이던 정현은 그즈음 '실력에 비해 거품이 낀 선수'로 취급당했다. 정현 스스로도 "항상 이기기만 하다가 지는 걸 자주 겪으니 힘들었다. 경기를 뛰면서도 내가 나를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정현은 '투어 중단'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제 막 메이저 대회 본선에 나가게 된 선수가 그 기회를 접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현은 2016년 6월부터 4개월간 진천선수촌에서 집중훈련을 했다. 그립부터 서브, 스트로크 등 문제점 전반을 손봤다. 몸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했다. 그는 "전에는 서브를 넣거나 공격할 때 리듬이 없었다. 생각이 많아서 그랬다"며 "공을 띄우고 치는 걸 아무런 생각 없이 반복했다. 그러자 나만의 경쾌한 공격 리듬이 생겼다"고 했다. 혹독한 슬럼프에서 빠져나온 정현은 날아올랐다. 지난해 4월 바르셀로나 오픈 단식 8강전에서 세계 1위 라파엘 나달(32.스페인)에게 0-2로 졌지만 1세트는 타이브레이크 접전이었다. 세계 1위 나달 "정현 백핸드 원더풀" 당시 나달은 "정현은 톱클래스 수준의 백핸드를 가지고 있다"고 칭찬했다. 정현의 백핸드는 각이 크고 정교하다. 베이스라인 근처 깊숙한 곳에 꽂힌다. 정현은 지난해 11월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첫 투어 대회 우승을 맛봤다. 기세를 이어 간 정현은 호주오픈에서 세계 14위 조코비치,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등을 격파하며 5연승으로 준결승에 올랐다. 8강전 승리 후 기자회견장에는 40여 명의 외신기자가 몰려들었다. 축하 메시지를 하루에 300여 개씩 받고 있다. 실시간 검색어는 정현 관련어로 도배됐다. 그래도 정현은 당황하는 모습이 없다. 8강전 직후 인터뷰에서 "경기가 끝난 뒤 세리머니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막판에 듀스를 허용했다"고 말했던 것처럼, 그 모든 것을 미리 생각하고 하나씩 보여준다. 그의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정현이 "아직 안 끝났습니다. 금요일에 만나요"라고 했던 이유다. 정현은 26일 준결승전에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7.스위스.세계 2위)를 만난다. 박소영 기자

2018-01-24

정현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샌드그렌 3-0 완파…한인 첫 메이저 4강 신화

'폭풍 질주' 정현(21ㆍ세계랭킹 58위ㆍ삼성증권 후원)이 한인 테니스 역사상 첫 메이저 4강 신화를 썼다. 정현은 23일 멜번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8년 호주오픈 남자단식 8강전에서 테니스 샌드그렌(세계97위ㆍ미국)을 3-0(6-4 7-6 6-3)으로 완파했다. 여자부 이덕희와 선배 이형택의 16강 기록을 넘어 한국 테니스 역사상 최초로 메이저 8강에 진출했던 정현은 이에 머물지 않고 4강까지 진입하는 또다른 신화를 창조했다. 정현은 1세트 초반 포핸드 범실이 나오거나 리턴을 잘못하는 등 몸이 풀리지 않은 모습을 보였지만 자신의 서브 게임을 꾸준히 지켜 나갔다. 게임 스코어 2-1로 앞서나간 정현은 끈질긴 랠리와 서비스 리턴 포인트로 샌드그렌을 지치게 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경기 내내 정현은 샌드그렌의 강력한 서비스에 밀리며 고전했지만 5-4로 추격당한 상황에서 날카로운 공격과 연속 서비스 포인트로 37분 만에 1세트를 따냈다. 2세트가 고비였다. 샌드그렌에 브레이크를 두차례나 허용하며 5-6으로 뒤졌지만 정현은 완벽한 공격으로 서브 게임을 지키며 타이 브레이크를 강요한뒤 2세트마저 따냈다. 3세트는 일방적인 독주였다.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진 샌드그렌을 마음껏 농락하며 초반부터 앞서나갔다. 2주일전에도 정현에 패배했던 샌드그렌은 범실이 이어지고 정현의 서브와 공격력은 상대적으로 더 강해졌다. 매치포인트를 다섯번이나 미스했지만 정현은 6번째 기회를 성공시키며 스트레이트 승리로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날 승리로 정현은 세계랭킹에서 30위내로 진입할 전망이다. 또 이형택이 보유한 한인 역대 최고 순위 36위를 이미 경신하며 4강 진출 상금 70만달러도 확보했다. 봉화식 기자 bong.hwashik@koreadaily.com bong.hwashik@koreadaily.com

2018-01-23

정현 "캡틴 보고 있나"…거침 없는 황금세대

당당했다. 능숙했다. 상대를 존중했다. 그리고 모두를 미소 짓게 했다. 22일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16강전에서 승리한 정현(22.한국체대.세계 58위)의 인터뷰는 경기만큼이나 감동적이었다. 한 네티즌은 "테니스 실력도, 인터뷰 실력도 월드클래스"라고 했다. 인터뷰를 여러 번 반복해 봤다는 사람이 숱했다. 정현이 3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마지막 포인트를 따내 자신의 '우상'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14위)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3-0 승리를 확정한 순간, 모든 관중이 일어서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어쩌면 경기는 클라이맥스로 가는 서곡이었다. 코트에서 진행된 인터뷰(온 코트 인터뷰)에서 정현은 유창한 영어와 재치 있는 언변으로 관중을 다시 한번 열광시켰다. 이어 맘 졸이며 경기를 관전한 부모를 향해 큰절을 올렸다. 그리고 사인을 위해 준비된 카메라 렌즈 앞 유리에 '캡틴, 보고 있나'라고 휘갈겨 썼다. 유창한 영어·언변에 관중들 또 열광 메이저 4승의 '레전드' 짐 쿠리어(48.미국)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현은 "어릴 적 우상인 조코비치의 플레이를 모방(copy)했다"고 자신을 낮췄다. 하지만 곧바로 "조코비치보다 젊어 체력적으로 유리했다"는 반전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패자 조코비치마저 팬들에게 "(내 부상을 이유로) 정현의 승리를 깎아내리지 말라"고 당부할 만큼 정현은 경기 내적, 외적으로 칭찬받을 만했다. 정현은 새로운 유형의 스포츠 스타다. 선수로서의 천재성(Genius)이란 토대 위에 무서운 집중력(Geek.마니아)으로 세계 무대에 자신을 각인시켰다. 세련된 매너(Gentle)와 외국어 실력(Global)까지 두루 갖춘 한국 스포츠의 새로운 황금(Golden) 세대다. 2018년 한국 스포츠는 바로 '5G-제너레이션(Generation.세대)'의 시대라고 부를 수 있다. 정현 외에도 축구의 손흥민(26.토트넘), 골프의 전인지(24.KB금융그룹) 등을 '5G-제너레이션'의 대표라 할 수 있다. 특히 거침없는 외국어 인터뷰는 '5G-제너레이션'의 상징과 같다. 인터뷰 때 웃음만 지은 채 고개만 끄덕이던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선수들이다. 손흥민은 독일어와 영어가 유창하다. 데뷔 초부터 통역 없이도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게 전달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SV 시절 동료 라파엘 판데르 파르트(35.레알 베티스)는 손흥민의 독일어 실력을 "현지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손흥민은 독일 방송사 토크쇼에 출연해 독일어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전인지는 2016년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또박또박 영어로 소감을 말했다. 해외 거주 경험이 없는 한국 여자 골퍼가 영어로 우승 소감을 말한 건 이례적이었다.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한 뒤 전인지가 마지막 홀을 돌며 혼잣말로 영어 소감을 외우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손흥민·전인지 등 천재성·매너 갖춰 유상건 상명대(스포츠정보기술융합학과) 교수는 "예전 운동선수들은 기량이 좋지만 세계 무대에만 나가면 주눅 들고 압도되기 일쑤였다. 인터뷰나 동료 선수들과의 교류 등 경기 외적인 부분이 항상 아쉬웠다"며 "요즘 세대는 문화적 자신감과 경제적 배경을 바탕으로 세계 무대에서도 당당하다"고 분석했다. 김유겸 서울대(체육교육과) 교수는 "정현이 카메라 렌즈에 '보고 있나'라고 쓴 건 잘 준비된 액션이다. 요즘 세대 선수들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스스럼이 없다"고 설명했다. '5G-제너레이션'은 수영의 박태환(29),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28),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29) 등 척박한 환경을 딛고 자신의 길을 개척했던 직전 세대 천재들과도 좀 다르다. 일찌감치 재능을 보인 이들은 탄탄한 지원 속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성장했다. 하지만 과학적.체계적 프로그램 덕분에 이들은 '수퍼 화초'로 자랐다. 손흥민은 어린 시절 학교 운동부를 거부하고 프로축구 선수 출신인 아버지 손웅정씨에게 축구를 사사했다. 손웅정씨는 어린 아들에게 6년간 볼 리프팅 훈련만 시켰다. 이런 독특한 훈련은 아들의 플레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손흥민은 동북고 1학년이던 2008년 대한축구협회 우수선수로 뽑혀 독일에 유학했다. 이후 함부르크에서 분데스리가에 데뷔했다. 정현도 아버지 정석진 삼일공고 전 감독에게 테니스를 배웠다. 2008년 세계적 권위의 국제주니어 대회인 오렌지볼과 에디 허 인터내셔널 12세부 정상에 올랐다. 2009년 IMG아카데미 후원으로 세계적인 코치 닉 볼리테리가 운영하는 미국 플로리다의 테니스 아카데미에서 유학하면서 급성장했고, 2011년 오렌지볼 16세부를 제패했다. 김유겸 교수는 "국내 지도자도 마인드가 바뀌었는데, 국제 경험을 쌓은 지도자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어릴 때 재능을 보이는 선수는 선진 환경에서 배울 기회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새로워진 환경에서 새로운 유형의 선수가 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눅 든 기성세대에 던진 메시지 '5G-제너레이션'은 뛰어난 실력을 갖췄으면서도 튀지 않는다. '플라잉덤보'(디즈니의 아기 코끼리 만화 캐릭터)라는 별명을 가진 전인지는 언제나 미소를 띤 채 경기를 즐긴다. 반대로 버디를 하거나 심지어 우승해도 화려한 세리머니는 삼간다. 패전으로 힘들 경쟁자에 대한 예의다. 정현 역시 소박하고 소탈하다. 화려한 헤어스타일과 패션을 추구했던 그 전의 스포츠 스타들과는 뭔가 다르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이사는 "이들은 박찬호.박세리.박지성 등 1세대 월드 스타를 보면서 자랐는데, 어떤 행동이 팬들로부터 존중받고 존경받는지 배웠고 그런 행동양식을 따라 한다"며 "정현이나 조코비치의 인터뷰가 호평받는 이유를 선수들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팬도 스타의 행동에 감동할 만큼 충분히 세계화됐다"고 설명했다. 유상건 교수는 "정현의 인터뷰는 당당한 젊은 세대가 주눅 들었던 기성 세대에게, 도전하는 젊은 선수가 좌절하는 젊은이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그 메시지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라며 "스포츠 스타의 일거수일투족과 말 한마디, 이를 수용하는 팬들의 달라진 자세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김원 기자

2018-01-23

정현, 동점 때도 과감한 플레이 "난 젊다"

'보고 있나?' 한국 남녀 테니스를 합쳐 사상 최초로 메이저 대회 8강에 오른 정현(22·한국체대·세계 58위)은 승리 후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중계카메라 렌즈 위에 한국어로 이렇게 썼다. 선수들은 대개 사인을 하는데, 재치 넘치는 정현은 중계를 보고 이렇게 적었다. '보고 있나?' 앞에는 '캡틴'이라는 단어를 적었다. 주니어 시절부터 2015년까지 자신을 이끌어 준 삼성증권 테니스팀 김일순 감독을 비롯해 코칭 스태프를 향해 쓴 글이다. 정현이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16강전에서 메이저 대회 12회 우승자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14위)를 3시간21분간의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3-0(7-6, 7-5, 7-6)으로 꺾었다. 이로써 정현은 한국 테니스 메이저 대회 도전사에 새로운 문을 열었다. 종전 최고기록은 이형택(42·은퇴)이 2000, 2007년 US오픈에서 기록한 16강. 이를 넘어 8강에 오른 정현은 상금 44만 호주달러(약 3억7600만원)를 확보했다. 랭킹 포인트도 360점을 얻어 적어도 40위대 진입은 확정했다. 3시간21분 접전 끝 3-0 완승 정현은 2년 전인 2016년 이 대회 1회전에서 조코비치에게 0-3으로 완패했다. 당시 조코비치는 세계 1위였고 정현은 1회전에서 밥 먹듯 탈락하는 초보 선수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는 완전히 달랐다. '우상' 조코비치와 첫 대결이 너무 떨려 아침 밥도 못 먹었던 수줍은 소년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먼저 로드 레이버 아레나(센터 코트)에 들어선 정현은 1만5000여 관중이 "조코비치"를 연호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직한 샷을 날렸다. 정현은 초반부터 조코비치를 몰아붙였다.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반년간 코트에 서지 못했던 조코비치는 서브와 포핸드·백핸드 샷에 제대로 힘을 싣지 못했다. 더블폴트(서브 연속 2번 실패)를 9개나 쏟아냈다. 또 서브 속도는 평균 시속 184㎞에 그쳤다. 정현은 그보다 느린 평균 시속 179㎞의 서브를 넣었지만 더블폴트는 2개뿐이었고 구석구석을 찔렀다. 1세트, 정현이 타이브레이크(게임스코어 6-6에서 7점을 먼저 따는 쪽이 승리) 끝에 7-6으로 세트를 가져가자 조코비치가 흔들렸다. 메디컬 타임(부상 치료 휴식)을 불러 팔꿈치 마사지까지 받았다. 그러나 정현은 조코비치를 좌우로 흔들어 힘을 빠지게 했고 2, 3세트 역시 7-5, 7-6 등 체력전으로 끌고 가면서 완승했다. 정현이 3세트 매치포인트를 따고 주먹을 불끈 쥐자 조코비치가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며 축하했다. 정현은 경기 후 재치 있는 인터뷰로 관중의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유창한 영어로 "꿈이 이뤄졌다. 나도 8강에 오른 게 믿기지 않는다. 그저 조코비치와 다시 대결하는 게 영광이라고 생각했다"며 "어릴 때부터 나의 우상이었던 조코비치를 보고 많이 따라 했더니 여기까지 왔다. 3세트를 져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가 조코비치보다 더 젊기 때문에 남은 세트에서 체력적으로 더 잘할 자신이 있었다"고 웃었다. 이어 진행자가 한국어 인터뷰를 부탁하자, 정현은 관중석에 양해를 구한 후 "한국에서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팬들께 감사한다. 그런데 아직 대회가 끝나지 않았다. (8강전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테니 많은 응원 부탁한다"고 말했다. 현장 팬들 "차세대 스타 탄생" 조코비치를 꺾고 8강에 진출한 정현은 세계 테니스 팬들의 관심도 한 몸에 받았다. 외신들도 정현의 플레이 스타일은 물론 사생활이나 한국 문화에까지 관심을 보였다. 취재진은 "여자친구가 있나" "투어 대회 때 한국 음식을 먹나" "한국에선 성과 이름 중 무엇을 앞에 쓰나"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호주오픈 조직위원회도 정현 돌풍에 대한 한국 내 반응에 호기심을 보이며 한국 신문의 정현 기사를 스크랩하고 있다. 현지에서 경기를 지켜본 이진수 코리아오픈 토너먼트 디렉터는 "정현이 여유가 넘쳤다. 조코비치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고 자기만의 테니스를 완벽하게 해냈다. 특히 스트로크 랠리에서 기회가 올 때마다 먼저 공격한 것이 적중했다"며 "정현이 승리 후 관중석의 부모님을 향해 큰절을 올려 관중으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현장에서 관람한 테니스 팬들이 '차세대 테니스 스타가 탄생했다'고 칭찬했다"고 전했다. 경기장에는 아버지 정석진(52) 전 삼일공고 테니스 감독과 어머니 김영미(49)씨, 그리고 실업 테니스 선수인 형 정홍(25)씨 등 가족이 총출동했다. 다음달 군 입대를 앞둔 정홍씨는 이번 대회 틈틈이 정현의 연습 파트너로 힘이 보탰다. 정현은 8강전에서 자신과 함께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또 다른 주인공인 테니스 샌드그렌(27·미국·97위)을 만난다. 정현은 이달 초 호주오픈 전초전이던 오클랜드 오픈 32강전에서 샌드그렌을 만나 2-1(6-3, 5-7, 6-3)로 이겼다. 샌드그렌은 아직 우승이 없으며 최고 랭킹은 지난해 11월 기록한 85위다. 박소영 기자

2018-01-22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